단지 지하철 역이 아니에요 : 선정릉 (선릉, 정릉)
선정릉. 정확히는 선릉과 정릉이다. 그동안 선정릉과 선릉은 지하철 역 이름으로만 익어왔던 곳이었다. 어디야? 응 강남 선정릉역이야~라고만 했지, 그 지명의 어원이라던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서울을 이곳저곳 누비게 되면서, 웬만한 곳들은 가보게 되었고 새로운 곳들을 탐색하게 되면서 지도 구석구석을 다시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게 된 것이 선정릉이었고. 강남 한복판에 웬 넓은 부지가 있는 게 아닌가. 이곳은 임금의 능(무덤)이다. 고려왕조 8대 군주인 현종 원문 대왕이 모셔진 릉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는 삼릉
선정릉과 삼릉 일대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강남이라는 노른자 땅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녹지로 보전될 수 있었다. 덕분에 도심 한복판의 왕릉이 되었다. 잘 살펴보면 지하철 역에도 이러한 무덤(릉)이 들어간 이름을 딴 명칭의 역이 많은데. 선릉역, 태릉입구역, 선정릉역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삼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녹지가 안전히 보전될 예정이다.
옛 무덤이 현대인의 쉼터이자 공원으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다니는 선정릉역과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보니,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전후의 산책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곳은 삼릉공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필자 또한 주말에 산책 겸 들렀는데, 생각보다 매우 울창하고 조용하다. 빌딩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순간 여기가 강남, 서울 한복판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뻔하기도 하다. 그만큼이나 도심의 피난처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 더욱 소중한 공간이다.
신계(Spirit stairs)와 어계(King's stars), 어로(King's road)와 향로(Incense road)의 신비로움
선정릉에서 신비로운 경험이라면 신계와 어계, 어로와 향로라고 볼 수 있다. 제목에 쓰여 있듯이 각각 임금이 지나다니는 길과 계단, 그리고 혼령과 혼령을 위한 향이 지나다니는 길과 계단이다. 그 길의 명칭에 따라서 생의 상태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신계와 향로를 걸을 수 없다. 신계와 향로는 걷지 못할지언정 우리는 King's road, 왕이 다니는 길은 걸어볼 수 있으니 그나마도 호사스럽게 느껴졌다. 평소와 같은 길이겠거니 보이던 길이, 그러한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걸으니 새삼 새롭다. 거기에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괜히 소원까지 빌며 걷게 되는 부분이다.
의외의 힐링장소였던 선정릉
강남구 주민이 아닌 이상 입장료 1,000원의 부담이 있지만, 이 정도 자연 피난처를 위한 기금으로 쓰이는 것은 아깝지 않다. 앞으로도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 오염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시원한 곳이 생각날 때, 봄꽃놀이가 생각날 때 또 들러보고픈 곳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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